블랙홀은 우주의 가장 신비로운 존재입니다. 빛조차 탈출할 수 없다는 이 천체는, 오랫동안 인간의 상상과 과학의 경계를 시험해 왔습니다.
그런데 최근,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(JWST)이 이 블랙홀을 둘러싼 세계를 정밀하게 관측하며 우리의 우주 이해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.
이번 글에서는 제임스 웹이 실제로 관측한 사례들을 바탕으로, ‘블랙홀의 내부는 볼 수 없어도, 주변은 충분히 볼 수 있다’는 흥미로운 사실들을 살펴보겠습니다.
블랙홀 내부는 볼 수 없다 – 원리부터 이해하자
블랙홀에는 ‘사건의 지평선(event horizon)’이라는 경계가 있습니다. 이 경계를 넘으면 어떤 정보도, 심지어 빛조차도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.
즉, 아무리 정밀한 망원경이라도 블랙홀 내부를 직접 ‘보는 것’은 불가능합니다.
하지만 다행히도, 블랙홀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관측이 가능합니다. 그리고 그 정보는 블랙홀의 ‘본질’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.
제임스 웹 망원경은 어떤 점이 특별할까?
제임스 웹은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 영역을 감지하는 망원경입니다. 이는 기존 허블망원경이 포착하지 못한 먼 우주, 오래된 천체를 관측하는 데 강점을 가집니다.
블랙홀 주변의 먼지, 가스, 별의 움직임 등은 대부분 적외선 영역에서 나타나기 때문에, JWST는 블랙홀 연구에 최적화된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.
실제 사례 1: 블랙홀 주변 별의 탄생 관측 (NGC 7469)
2022년,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약 2억 광년 떨어진 은하 NGC 7469를 관측했습니다. 이 은하 중심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하고, 그 주변에 놀랍게도 별들이 활발하게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.
기존 이론에서는 블랙홀이 주변 가스를 빨아들이며 별 형성을 방해할 것이라 생각했지만,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.
중심 블랙홀의 중력이 주변 물질을 압축시켜 오히려 별의 탄생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죠.
이는 블랙홀이 단지 ‘파괴자’가 아니라, ‘우주의 구조 형성에 기여하는 존재’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열어줬습니다.
실제 사례 2: 초거대 블랙홀 형성 초기 관측 (CEERS 1019)
2023년, JWST는 약 132억 광년 거리에 위치한 CEERS 1019라는 은하를 관측했습니다. 이곳은 우주가 탄생한 지 불과 5억 년 정도 된 시점에 존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.
놀랍게도 이 은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약 900만 배에 달하는 초거대 블랙홀이 있었고, 제임스 웹은 그 주위의 물질 분포, 에너지 방출 등을 정밀하게 관측했습니다.
이 결과는 “초거대 블랙홀이 이렇게 이른 시기에도 존재할 수 있었는가?”라는 우주 진화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.
우리는 이제, 블랙홀이 ‘은하의 끝’이 아니라 우주의 초창기부터 함께 성장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.
실제 사례 3: 블랙홀 주변 가스 제트 관측 (M87 은하)
제임스 웹은 과거에 세계 최초로 블랙홀 그림을 촬영한 ‘M87 은하’에 대해 새로운 관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.
이 은하 중심 블랙홀에서는 수만 광년에 달하는 플라즈마 제트가 방출되고 있는데, JWST는 이 제트가 어떤 가스 조성과 온도 분포를 가지고 있는지를 적외선 파장을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.
이런 제트는 블랙홀의 회전력, 자기장 구조 등 ‘보이지 않는 블랙홀 내부’의 실마리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가 됩니다.
블랙홀을 보는 게 아니라, 블랙홀을 ‘느끼는 것’
결국, 제임스 웹은 블랙홀 자체를 본 것이 아니라 블랙홀이 우주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감지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.
이것은 마치, 풍선을 직접 보진 못해도, 그 주위 공기의 움직임을 통해 풍선의 존재와 모양을 추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.
이런 관측은 단지 천문학의 진보가 아니라, 우주에 대한 인간의 질문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.